한가로운 주말의 오후. 평일 주말 구분 없이 한가한 저택이지만. 주말이라서 더 한가하게만 느껴지는 그런 오후. 시간의 화신 마조 꼬맹이 미아는 개새끼와 친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어제 저녁 유리 저택 본관 2층의 아담한 미아의 침실 창문에서 미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메이드와 개가 약간의 술에 취한 채 정원에 앉아 사담을 나누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메이드와 개는 평소에는 그렇게 말도 없고, 감정도 없는 것처럼 말하면서 둘이 같이 있을 땐 즐거워 보였다. 뭐 취했다고 해도 평소보다 약간 더 말이 많아지는 정도지만. 둘이 가끔 농담을 하거나 혹은 아무 말 없이 같이 앉아 있는 걸 보기만 해도 미아는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갑갑하다.
개가 가끔 살짝 깨물거나 왠지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개를 싫어하지 않는다. 사실 깨무는 건 말은 안 해도 미아는 좋아하는 편이다. 신의 탈을 쓴 바퀴벌레이기 때문에? 아직 개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했는데 시간이 어영부영 흘러가면서 고맙다고 할 타이밍도 잡을 수 없다. 메이드에게는 진작 고맙다고 말했는데 어쩐지 개 앞에 서면 고맙다고 할 수가 없었다. 만났던 첫날 개가 쓰러져 있을 때는 분위기상 부끄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막상 그 악마에게서 벗어나 평화로운 날을 보내게 되니 그때의 기억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때 개의 귓가에 무슨 말을 했는지 미아는 잊고 싶다. 개에게 고맙다고 말하려는 감정은 그런 노도와 같은 감정이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고마움이 다고 미아는 스스로에게 계속 그렇게 말했다. 어쨌거나 그러다 보니 결국 고맙다는 말도 미뤄지고 있다. 가끔은 용기를 내서 개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기도 했다.
“아, 아. 그러니까 말이다.”
“뭔데.”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겨우 그런 말을 하려고 찾아온 건가? 쓸데없는 소리를 못하도록 그 몸에 새겨줘야겠군.”
“아. 아니 된다!”
정도의 대화가 반복되었다. 미아의 엉덩이는 이제 개의 이빨 자국이 새겨져 있을 정도다.
해서 미아가 생각하기에, 이 멍멍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면 친해지는 게 우선일 것이다. 어떻게 친해질까 먼저 고민했다.
미아의 작고 아담한 방은 메이드의 옆에 있다. 이곳이 정말 메이드와 같이 딱딱한 인간이 사는 곳의 옆방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귀엽게 꾸며져 있는 방이다. 옅은 분홍색의 침대와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달린 커튼이 있고. 아기자기한 옷장에는 반짝반짝 부드러운 드레스와 원피스, 캐주얼한 옷까지 다양한 옷이 몇 개 걸려있고 그 옆의 선반에는 곰과 개, 고양이 인형이 있다. 몹시 낡은 인형이지만 낡았기 때문에 오히려 귀엽고 따뜻했다. 구석에는 아담한 책장이 있고 그 안에 동화책과 아동소설이 몇 개 꽂혀 있었다. 벽지도 온화한 빛깔을 사용해 언제고 따뜻한 빛이 방을 감쌌다. 미아는 거대한 저택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신기하게도 이런 방을 만들어준 비나이다의 세심함에 연신 고마워했다.
미아가 영겁의 세월을 존재해 왔어도 매번 반복되는 삶에서 삶을 담는 육체 그릇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미아는 심심 할 때마다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 읽었다. 미아가 가장 좋아하는 책도 하나 생겼다.
책의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9번의 목숨을 가졌다는 고양이, 그 고양이는 8번의 비참한 삶을 살았고 그 마지막 삶인 9번의 삶에서도 먹을 게 없는 쓰레기장에서 태어났다. 아사하기 직전 마지막의 삶을 허무하게 포기하기로 한 고양이는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그때 그 고양이 앞에 우유가 담긴 접시가 놓여진다. 한 어린 여자아이가 도움을 준 것이다. 그 고양이는 목숨을 건지고 수많은 삶 중에서 진짜 삶을 살 수 있게 된 9번째의 삶을 여자아이에게 바치기로 결정한다.
미아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 책의 이야기를 참고로 하기로 했다. 개에게 이런 식으로 은혜를 베풀면 개는 자신에게 감동 할 거고 친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친해지고 나면……. 그럼…… 친해지고 나면? 미아는 그 뒤는 잘 모르겠다.
마조 꼬맹이는 우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식료품 창고 실에 있는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냉장고가 이렇게 큰데 아무리 찾아봐도 우유 따윈 없다. 큼직큼직 하거나 비닐에 쌓인 뭔가만 가득 있다. 그래서 메이드에게 우유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러 갔다. 그런데 어찌 타이밍이 이다지도 좋을까. 메이드가 혼자서 우유 한 곽을 전부 마셔버리고 있던 것이다. 그 앞에서는 주인님 비나가 못 마땅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난 어차피 늙지도 죽지도 않는 몸이야 왜 자꾸 우유 따위를 마시라고 해? 이제 와서 내가 마신들 키가 클까 발육이 좋아질까……."
비나가 울상이 된다. 메이드는 마시던 우유를 잠시 내려놓고 대답했다.
"유통기한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한나는 주인님에게 …그런걸 마시게 하려고 한거야?"
"…냉장고에 넣어놨으니 괜찮습니다. 걱정 마세요."
메이드는 거기 까지 말하고 유통기한 지난 우유를 벌컥 벌컥 들이켰다. 마조 꼬맹이는 왠지 화가 나서 우유를 마시고 있는 메이드의 등을 확 밀어 버렸다. 푸앗! 하는 소리와 함께 남은 우유가 메이드에게 뿌려졌다. 하얗고 유통기한이 지나 작은 응어리가 진 우유가 메이드의 얼굴에 흩뿌려진다. 한나는 서든 어택에 기도로 우유가 흘러 쿨럭 거렸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눈가엔 눈물이 맺힌다. 유백색 젖이 투명한 피부를 타고 흘러내린다. 뽀송뽀송한 한나의 얼굴 피부. 그 피부에 있는 작고 투명한 털이 흐르는 액체에 젖는다. 갸름한 턱 끝에, 반짝이는 머리칼 끝에, 그 하얀 액체가 모여 방울이 되고 정점이 되어 떨어져 내린다. 메이드는 문자 그대로 하얀 액체 범벅이 되었다.
비나는 아주 썩은 표정으로 한나를 바라보았다. 유백색 젖이 메이드를 흠뻑 적신건 아무래도 좋다. 주인님이 좋아하는 식탁과 바닥이 젖 투성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메이드는 완전히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마조 꼬맹이는 움찔 했다. '혼나는 것인가?' 긴장과 흥분이 교차한다. 그러나 다행인지 안타까운 것인지 메이드는 옷을 갈아입으러 나가버렸다. 주인님은 피곤하다는 듯이 말했다.
"한나도 그렇지만 우리 집 메이드들은 의외로 어지르는 걸 잘하는 거 같아. 자, 시간의 화신 미아. 우리 신입 메이드. 왜 한나의 등을 밀었는지 설명해 봐요?"
"아. 그것이. 우유가 필요했는데 메이드가 다 마셔버려서 순간 울컥 했느니라…."
미아와 비나이다의 수직관계는 어느 정도 미아가 납득하는 걸로 해결 봤다. 비나이다는 그렇게 빡빡하게 구는 성격도 아니고 힘든 시간을 보낸 미아에게 동정심도 있었으며 신이라고 인정해 주기도 했다. 미아의 그런 말투도 불문에 붙였다. 반해 애초에 시간의 인간화며 시간을 담는 그릇에 불과한 마조 꼬맹이는 전투 능력도 마법 능력도 개뿔도 쥐뿔도 없다. 그런 녀석이 돈 있지 능력 있지 힘세지 마법도 약간 쓰는 주인님에게 자존심 하나 믿고 대들어 봤자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비나이다를 이 저택의 주인님 그러니까 이 저택 내에서는 자신보다 동등하거나 조금 높은 존재로 인정하기로 했다. 먼 과거 신으로 추앙 받기 전에는 당연했던 일이다.
그밖에도 그런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신이라는 존재가 지배당하는 기분이 무언가 배덕감이 들어 아주 아주 약간 흥분 됐다.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유는 어따 쓰려고? 미아도 저 메이드처럼 키 크고 좋은 몸매를 가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한나는 무뚝뚝하고 남자다운 말투를 쓰지만, 말만 하지 않는다면 누구보다도 아름답다.
“아 아니다, 그….”
개새끼와 친해지기 위해서 라고 말하는 건 부끄럽다. 그래서 이야기책의 내용으로 변명했다.
"…요즘 여기 드나드는 고양이가 있기에 좀 줄 생각 이느니라."
"그래? 하지만 우유가 없어 방금 한나가 쏟아버렸걸랑. 음. 고양이한테 사실 우유먹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거 같아. 그래, 그게 좋겠다. 냉장고 옆의 음식 쓰레기통에 어제 먹다 반 쯤 남은 생선이 있을 텐데 그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선 쪽이 더 좋을 거 같기도 하고."
마조 꼬맹이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개도 생선쯤이라면 먹을 거 같고 뭔가 아무거나 마구 줬다가 개도 싫어하고 메이드한테도 혼나는 것 보다는 이 집의 최고인 비나이다가 하는 말을 듣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좋다. 그렇게 하겠느니라."
"그래, 고양이랑 친해질 수 있기를 기대할게, 고양이랑 친해지면 나에게도 보여줬으면 좋겠어. 그나저나 메이드에게 언제 한번 벌을 줘야 겠는데…."
미아는 그대로 냉장고 옆으로 돌아갔다. 이 집엔 다들 식성이 좋은 사람들 뿐인지 음식 쓰레기는 생각보다 양이 적었다. 3명과 1마리가 머무는 저택이긴 했지만.
마조 꼬맹이는 쓰레기통을 뒤졌다. 아닌 게 아니라 생선 반 토막이 두개 나왔다. 그 냄새나는 것을 흐트러지지 않게 잘 들어올렸다. 옆의 식기건조기에 어제 저녁을 먹을 때 봐뒀던 꽃무늬의 예쁜 접시를 꺼내 그곳에 정갈히 담았다. 음식쓰레기를.
데코레이션된 음식 쓰레기를 들고 저택 정원으로 나왔다. 밝은 햇살이 아름답게 내리 쬐었고 새들은 지저귀었으며 살랑 살랑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참말로 로맨틱한 오후의 정원이다. 낙엽과 친해지기 위해서 미아가 고용인이 된 후 너무 열심히 일해 너저분해진 메이드 옷도 집어 치우고 예쁘고 하늘하늘한 어린 아이 다운 공주 드레스를 입었다. 머리도 곱게 빗어 찰랑 거렸고 분홍 장미가 달린 머리띠도 하고 나왔다. 누가 봐도 예쁜 옷을 입은 귀여운 여자아이다. 마조 꼬맹이는 음식쓰레기 따위를 예쁘게 담은 접시를 들고 낙엽을 찾았다. 개새끼는 정원 구석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서 잠들어 있었다.
미아는 지금이라면 이야기처럼 해볼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낙엽이 술에 취해 있다면 대화하기 불편하다. 낙엽과 이야기를 하노라면 어딘가 심장이 철렁하고 떨리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술에 취해있지 않을 테니 평범한 개가 된 낙엽에게 이럴 때 잘 해주면 호감이 낙엽의 심층에 박혀 술에 취해 있을 때도 미아를 좋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평범한 개일 때 잘해주자는게 미아의 전략이다.
"이제 그만 일어나지 않겠느냐"
마조 꼬맹이는 건방진 말투로 낙엽을 흔들어 깨웠다. 낙엽은 그 커다란 몸으로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다. 앞발을 먼저 앞으로 쭉 내밀고 그 다음은 뒷발을 쭉 내미는 방식으로 개 같은 생물들이 쓰는 스트레칭 방법이다. 눈을 뜨고 머리를 돌려보니 어제 마신 술의 숙취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머리가 흔들리듯 아픈데 일어나자마자 마조 꼬맹이가 냄새나는 음식쓰레기를 들고 눈앞에 서있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얼굴이 붉다. 개새끼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나 기다리고 있는데 마조 꼬맹이가 한다는 말이 음식 쓰레기를 들이 밀면서 '먹어라' 였다. 낙엽이 울컥 한 건 당연지사.
"나랑 장난하는 건가?"
"어? 음? 아직도 취해 있었나? 장난 아니다. 이건 내 마음이다."
미아는 아직도 말하는 개에게 움찔했지만 처음 계획대로 하기로 했다.
낙엽이 보기에 미아는 진심인가 보다. 게다가 짜증나게도 이유 없이 얼굴이 붉어져 있다.
"내가 먹여주겠느니라. 자, 아~ 해봐라 아~"
마조 꼬맹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낙엽에게 들이댔다. 개라면 아무거나 먹을 거라는 큰 오산이었다. 그 구역질 냄새 나는 것을 입에 자꾸 들이밀자 참다못한 개새끼가 앞발을 휘둘러 생선을 내쳤다.
“아?”
그리고 앞발로 마조 꼬맹이의 머리를 꾹꾹 눌렀다. 마조 꼬맹이는 서 있다가 그대로 머리를 땅에 박았다. 그래서 다리는 불편한 자세로 무릎을 꿇었고 엉덩이는 위로 치켜 올려져 개의 앞발에 깔려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그렇게 개를 향해 머리를 조아린 듯 엉덩이를 치켜세워 엎드렸다.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사태에 미아가 당황했다.
"뭐, 뭐하는 것이느냐?"
개새끼가 말했다.
"먹어라."
"뭐? 이걸 먹으라는 말이냐? 너 내가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느냐?"
마조 꼬맹이가 짐짓 성난 듯 말했다. 그러나 애초에 몸집에서 부터 개새끼보다 훨씬 작은 마조 꼬맹이가 개 앞에 엎드린 상태로 그렇게 말해봐야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일어서서 위엄 있게 말해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 쥐톨만한 꼬맹이가 성을 내봐야 좋게 보면 귀엽고 나쁘게 보면 악동으로 보일 뿐이다. 개새끼가 말했다.
"그럼 넌 아직도 내가 누군지 정말 모르겠나?"
"낙엽… 개 아니겠느냐."
"그래, 개. 개 맞지. 자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자."
개새끼는 음식쓰레기의 악취가 풍긴다는 듯 시간의 화신 머리를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주어 비틀었다. 마조 꼬맹이가 ‘아야’ 라고 작게 신음을 뱉었다.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는 건 너무 힘들다. 엉덩이라도 내려서 완전히 엎드리면 편할 거 같은데 그 뒤에 개가 있기 때문에 펼 수도 없고 영락없이 원산폭격 약화 판이다. 그 위에 산만한 개가 올라타 있어서 더 힘들다. 힘이 들고 불편한 자세라 미아는 몸이 살짝 부들부들 떨리고 힘이 들어갔다.
낙엽이 계속 말했다.
“보통 큰 집에서 개를 키운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그 개에게 밥을 주는 건 누구일까? 주인님일까 고용인일까?”
“그 큰 집의 고용인 아니겠느냐, 그보다 어서 이 발을 치우지 못하겠느냐?”
"그래, 맞다, 주인님이 아니라 메이드가 주는 거지. 너 같이 이 저택에 고용된 메이드가. 개, 즉 나에게 밥을 주는 거지."
개새끼는 크흠 하고 기침을 뱉고 다시 말했다.
“좋다, 그러면 주인과 하인이 있다. 밥을 떠먹여 주는 것은 누구지?”
"그거야 당연히 하인 아니겠느냐."
"맞았다. 그렇다면 너는 이 집의 식객인가 고용인인가?"
미아는 이 질문에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조금 생각했다. 식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빚진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사실상 고용인으로써 지내고 있다.
"고용인이지 않느냐, 내가 왜 한나도 아닌데 메이드 복을 입고 다닌다고 생각하느냐?"
"그래, 그럼 개에게 밥을 주는 메이드는 개의 주인인가 하인인가?"
메이드는 개에게 밥을 준다. 밥을 떠먹여 주는 쪽은 주인과 하인의 관계에서 하인이다. 즉 개새끼에게 밥을 가져다주는 쪽인 마조 꼬맹이 메이드는 개새끼와 주종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밥을 받는 쪽인 개새끼는 주인이며 밥을 주는 쪽인 마조 꼬맹이는 하인이라는 결론이 된다.
"그, 그야 하인 아니겠느냐?"
"맞다! 그럼 하인답게 내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게 당연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어떻게 너는 너의 주인님에게 썩은 물고기를 가져다준단 말이냐!"
개가 크게 호통을 치자 미아가 깨달은 바가 있었다. 여태껏 주인과 하인의 관계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것이다. 거기에 개의 말은 미아 듣기에 타당했다. 어쩐지 개가 크고 위대해 보인다. 미아는 자꾸만 움츠러든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모두 내 잘못이다."
마조 꼬맹이가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 개새끼가 덧붙였다.
"주인님."
"예, 주인님."
개새끼가 그제야 만족했다.
“그럼, 잘못 했으니 벌을 받아야지.”
“벌?”
“싫은 건가?”
“아, 아닙니다. 이 미천한 신에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개새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말한 그대로다. 불만 갖지 말고 네 눈앞에 있는 썩은 생선을 먹어라. 주인님의 명령에 거역할 생각은 아니라 믿지."
"예, 먹겠습니다. 주인님."
개새끼는 마조 꼬맹이의 머리를 누르고 있는 발을 떼었다. 마조 꼬맹이는 부스스 일어나서 무릎을 꿇고 썩은 생선이 담긴 접시를 주워들었다.
“음식은 아껴야지. 땅바닥에 떨어진 생선도 주워 담도록.”
“아? 예?”
“뭐하는 거냐.”
“예. 예.”
이상하다. 어쩐지 미아는 개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 이것이 개의 위엄인가.
미아는 땅바닥에 떨어진 생선을 툭툭 떨어 접시에 올려놓았다.
개새끼는 다시 앞발로 마조 꼬맹이의 머리를 찍어 눌러 바닥에 비볐다.
"어디서 주인님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어?"
"아, 알겠습니다 주인님."
마조 꼬맹이는 다시 머리가 깔린 채 바닥에 엎드렸다.
“빨리 먹도록.”
“하지만.”
이런 자세로는 먹을 수 없다.
“하라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 알겠습니다.”
미아는 깔려서 팔을 못 움직이므로 썩은 생선을 입으로 물었다. 썩은 냄새가 역겹게 풍겨 올라왔다. 그 썩은 내 때문에 눈물이 찔끔 흘러나올 정도로 냄새가 강렬했다. 마조 꼬맹이는 속으로 반성했다. '아 낙엽과 친해지길 바랐으면서도 나는 어찌 이다지도 무례한 일을 하려고 했는가. 이 모두 나 시간의 화신님의 잘못이다. 모두 내 잘못으로 인정하고 내 죄와 벌을 받아들이겠다.' 썩은 생선을 혀를 내밀어 입안으로 가져온 뒤 한 입 씹었다. 상상도 못할 역겨움이 속을 울렸다. 마조 꼬맹이가 토할 듯 '욱' 하는 소리를 내었다. 구역질이 난 것이다.
미아는 갑자기 씹는 것을 멈추고 입을 반 쯤 벌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도저히 더는 씹을 수가 없다. 그냥 생선을 생으로 씹으니 생선 가시가 입안을 찌른다. 냄새나는 것도 냄새나는 것이지만 이생선 가시 까지 괴롭히니 도저히 먹을 수 없다. 벌린 입으로 반쯤 씹힌 생선 덩어리가 떨어졌다.
"뭘 하고 있는 건가? 지저분하군."
"생선 가시가…."
"인간은 정말 불편해, 생선 가시 따위 함께 씹어서 부숴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자, 개처럼 씹어보라구. 우리 개들의 지혜를 가끔씩 배워 보는 것도 좋을 거야."
개새끼가 그대로 앞발에 체중을 실어 마조 꼬맹이의 머리를 눌렀다. 그 힘에 억지로 마조 꼬맹이의 턱이 억지로 닫혔다. 마조 꼬맹이가 입이 닫힌 채 읍, 읍하는 신음 소리를 냈다. 구역질은 물론이고 생선 가시가 입안에 박혀 피를 내는 것이다. 토할 것 같은 것을 억지로 참으며 다시 피와 생선을 삼켰다.
"욱."
"참아봐. 고양이들은 썩은 것도 먹는다는데 말이야."
근거 없다.
"우윽, 흐으윽."
“하윽 따흑”
마조 꼬맹이는 정신이 없다. 썩은 내 나는 생선 반 토막 마지막 하나를 겨우 삼켰다. 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일부가 역류해 마조 꼬맹이의 입을 다람쥐 마냥 부풀렸다. 경련이 일어났으므로 개새끼가 위험을 감지하고 발에 힘을 주어 억지로 마조 꼬맹이의 입을 닫았다. 마조 꼬맹이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역류 한 것을 겨우 삼켰다. 그리고 정신을 놓으려는 찰나 엄청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미아가 간과한 점이다.
'잠깐. 한나, 메이드, 메이드는 낙엽이랑 술도 잘 마시고 낙엽에게 밥을 주면서 머리를 쓰다듬으면 쓰다듬었지 이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건… 어딘가 이상하지 않느냐….'
거기까지 생각해 냈지만 마침내, 마조 꼬맹이가 정신을 놓아 버리고 힘없이 바닥에 엎드린 채 누워버렸다. 개새끼는 그 모습을 보고 하품을 늘어지게 한 뒤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의식이 희미해지고 머리가 말끔해지는 것이 술기운이 싹 가시고 평범한 개로 돌아가려는 찰나다. 개새끼 낙엽이 악의 하나 없는 말투로 한마디 했다.
"한나에게 고기나 달라고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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