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4일 화요일

밤 열차와 날개가 부러진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는 언덕 위에 앉아 있었다. 그 남자는 비가 오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거기에 앉아서 그렇게 하염없이 뭔가를 바라보는 것이다. 소녀는 매일 그곳을 지나가다, 용기 내서 물어 보기로 했다. "저기요, 아저씨. 거기서 매일 뭘 바라보고 계시나요?" 알바트로스는 고개 돌려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궁금하니?"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오면 알 수 있어." 소녀는 언덕 위로 올라갔다. 경사가 생각보다 가팔라서 힘들었다. 숨이 거칠어 지려고 할 때, 그는 알바트로스 옆에 섰다. "알 것 같니?", "."
 노을은 진하게 대지로 내려 앉았고, 흐려져 가는 붉은 태양 아래 출렁이는 바다가 있었다. 물은 저 끝에서 언덕 아래까지 밀려와서 찰랑였다. 출렁임은 가장자리에서 속으로 삼켜져 물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물 속에 잠긴 도시는 사람 하나 없어도 위대했던 시간표대로 가로등을 켠다.
  그러면 짙고 푸르렀던 바닷속에서 노오란 불빛들이 길을 비춘다. 하나씩 켜지는 노란 가로등 빛은 바닷속을 질주해서 붉은 태양으로 달려간다.
 "옛날에는, 저기에도 사람이 살았어." 알바트로스가 말했다. 소녀는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모른다. 그저 옛날 이야기로만 벌은 받은 도시에 대해서 듣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저 도시를 그리워하는 건가요?" 알바트로스는 고개를 젓는다손가락을 뻗어서 잠긴 도시를 향한다. 그 끝에 열차역이 있다. 수많은 불빛이 가물거리는 열차역에는 아무도 없어도 열차가 들어오고 다시 나간다. 무인도시는 수중에서도 혼자서 움직이고 있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한다. "저기에 무엇이 있나요?" 알바트로스는 대답했다. "내 여자." 소녀는 더 묻지 못했다. 알바트로스는 생각한다. 한 번 날갯짓 하면 쉬이 내려올 줄을 모르는 알바트로스. 외로이 바람을 타야만 하는 운명에 따라 저 - 먼 곳으로 떠나겠노라고 말하던 그녀는 등 뒤에서 그 거대한 빛의 날개를 펼쳐 올리며 열차 역으로 들어갔다. 그러면 나는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겠노라고 남자는 날개를 부러뜨렸다. 이별에 아파서 눈물이 흐른다. 떠나가는 밤 기차 앞에서 돌아오는 날까지 바람을 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도시는 물에 잠긴다. 새는 물 속에서 날고 있을까, 헤엄치고 있을까? 알바트로스는 계속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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