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4일 화요일

미니쨩의 일상

 미니쨩은 어릴 적 일을 떠올렸다. 유치원 시절,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사마귀를 잡아왔고 그건 나쁜 곤충이라면서 죽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마귀가 분명 무섭고 착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이유 없이 죽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 속에선 사마귀를 나쁜 녀석이라고 간주했고. 아이들의 작은 법정에서 사형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곤충을 맨손으로 잡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아이가 사마귀의 몸을 잡았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면서 사마귀 주변을 둘러쌓았다. 사마귀는 목 부분이 가녀리고 약해 보인다. 아이들은 단두대마냥 곤충 채집용의 잠자리 통에 사마귀의 머리를 가져다 대고 문을 내렸다. 아이들의 힘은 약했고 사마귀는 고통스러워 하는 듯 했지만 여전히 멀쩡했다. 다시 문을 내렸다. 힘껏 여러 차례 내렸지만 사마귀의 목은 뜯어지지 않았다. 사마귀 머리의 움직임이 천천히 느려졌고 납작해진 목은 원래대로 돌아가기에는 글러 버린 듯 했다.
 미니쨩은 끔찍한 광경을 그만 두게 할 능력이 없었다. 아이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사마귀는 완전히 숨이 끊어질 때까지는 계속 고통 받아야 할 것이다. 목은 잘려나가지 않았다. 왜 이런 잔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아이들도 사마귀도 알 수 없다. 아이들은 잠자리통의 문짝이 사마귀의 머리를 자르는데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돌멩이를 하나 주워 사마귀의 목을 발로 밟듯이 잘근잘근 눌러대었다. 아이들의 힘은 그럼에도 역부족이었다. 목은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길게 늘어났다. 사마귀는 몸을 천천히 숨쉬듯 비틀었고 목에서 긴 내장 같은 것이 쭉 늘어나 간신히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아이들은 돌로 계속 내리쳤다.
 한 번은 다른 일도 있었다. 미니쨩은 화단에서 꾸물꾸물 거리는 개미떼를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다. 수많은 개미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지하의 개미 땅굴을 상상하곤 했다. 작은 개미들의 왕국.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켜보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동생이 나타났다.
 “누나, 뭐해?”
 “개미 봐.”
 “, 개미. 나도 좋아하는데. 재미있는 거 보여줄까?”
 궁금해하기도 전에 동생은 개미떼를 짓밟았다. 그리고 발을 바닥에 마구 비볐다. 한 순간에 개미떼가 모두 아주 작은 진물 덩어리로 변해 죽어버렸다. 바닥에는 검은 개미 조각들이 굴러 다녔고 아연실색한 미니쨩과는 달리 동생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미니쨩 옆에 쭈그려 앉아 말했다.
 “이렇게 하면 개미가 세 조각 나서 죽어. 봐봐 머리랑 가슴이랑 배. 이렇게. 그치?”
 “…….”
 미니쨩은 지금은 아이들이 왜 그런지 알고 있다. 깊게 생각 해왔기 때문에 몰랐던 것이다. 그건 아주 단순한 이유인데, 그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훨씬 잔인한 일을 아무런 고민 없이 저질러 버리곤 했다.

 사마귀의 목이 비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려 왔다. 웃음 소리는 계속 커져서 귀를 울려 대었다. 뒤통수가 가볍게 아려와서 잠에서 깨었다. 수업 중이었고. 다른 학생들은 칠판을 주시하면서 책에 뭔가를 열심히 적어 넣었다. 무엇 때문에 깨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잠들었던 모양이다. 입술에 침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고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하얀 교재는 침으로 흥건히 적셔져 있었다.
 
 다시 뒤통수가 아렸다.
 “!”
 그렇게 아프진 않았지만 깜짝 놀라서 입 밖으로 소리를 내버렸다. 펜이 종이를 긁는 사각사각한 소리와 분필이 칠판을 때리는 타닥타닥한 소리가 일시에 멈췄다. 시선이 집중 되었다. 미니쨩은 시선 집중 당하면 견딜 수가 없다. 몸을 어떻게 둬야 할지 모르겠다. 머리를 팍 숙이고 손을 모아서 허벅지 밑으로 웅크렸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어쩐지 시선이 따갑다. 모두가 자신에게 욕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민망해.’
 미니쨩은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왜 그런 소리를 냈지. 내지 말걸. 하지 말걸.
 하지만 다시 분필소리와 볼펜소리가 교실을 채운다. 그래도 미니쨩은 고개를 들 수 없다. 다시 등에 가벼운 충격이 느껴진다. 툭 하고 발 밑에 무언가 구른다. 하얀 지우개 조각이다. 뒤를 힐끔 보니 사이가 좋지 않은 여자아이들 한 무리가 지우개를 던지고 있었다. 지우개 중에 섞인 쪽지가 있었다. 펼쳐보기 싫었지만 펼쳐보았다.
 [수업 중에 졸지마 이 걸레 같은 년아]
 미니쨩은 어쩌다가 저런 아이들이랑 사이가 나빠졌는지 기억 나지 않지만 계속 생각하고 있으려니 굉장히 괴로웠다. 수업은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고 머리는 복잡하다. 만성으로 얻을 위염 덕분에 속이 쓰라려온다. 분명 처음엔 친하게 지냈던 것도 같은데 뭐가 문제인지 뚜렷하게 하나를 잡아 낼 수가 없다.
 아이들이 자기를 싫어해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번 괴롭고 우울해진다. 아무도 자기를 좋아해주지 않는 것 같다. 처음에 친구였던 아이들을 보기가 괴롭다. 그 애들은 그래도 미니쨩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다들 싫어하니까 어쩔 수 없이 싫어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 한다. 그러면 마음은 조금 편해지는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분명 나쁜 아이들은 아니다. 가끔은 섭섭하지만.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수업도 듣고 싶지 않고, 수업이 끝나고 잠시 아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시간이 오는 것도 싫다. 그래서 어제는 밤새도록 책을 읽었다. 연애소설은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뿐이긴 하지만 시간을 죽이기엔 좋다. 기분 좋은 상상을 하기에 좋다. 가장 좋은 것은 밤새도록 읽어버리고 다음날 수업 내내 졸아 버릴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눈을 떴을 때는 노을 빛만 교실에 들어와 있고 아무도 없었다. 매일 하루가 이렇게 불연속의 연속이다. 시계를 보니 아직 집에 갈 시간은 아니다. 시간표를 보니 이동해 있을 시간이다. 아이들은 이미 다른 강의실로 이동해 있고. 교실의 문은 잠겨 있다.
 덜그럭, 덜그럭.
 교실의 문은 밖에서 자물쇠로 잠겨 있어 나갈 수도 없다. 꼼짝 없이 갇혀 있다. 미니쨩은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잠들어 있었던 것이 문제니까. 교실을 바꾸지 못한 자신이 나쁘지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다. 그래도, 누군가 깨워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려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고 누구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다.
 노란 빛의 노을이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덕분에 마음이 우울해질 듯 말 듯 한다. 교탁에 앉다가. 책상에 엎드렸다가. 휴대폰을 켜서 아무 일도 없이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슬쩍 가져온 연애 소설을 읽는다. 아무것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창문을 벌컥 열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에서부터 바람이 불어와서 나뭇잎이 스쳐 파도소리를 낸다.
 어디서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뺨이 뜨겁다. 그래도 참는다.

 아무도 오지 않는 구석의 화장실에는 간혹 음탕한 소리가 난다.

 “, 야……. 좀 더 잘 빨아보라고.”
 크고 억센 손이 미니쨩의 머리를 양쪽에서 움켜 잡았다. 굳은 살이 박혀 단단하고 까칠한 손이 미니쨩의 매끄러운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머리카락이 빠져 나와 흘러 내렸다.
 부드러운 혀가 남학생의 좆을 휘감았다. 자지의 아래쪽을 쓰다듬듯이 긁었다. 혀에 무수히 많이 난 작은 돌기들이 오나홀 마냥 자지를 감았다. 남학생은 따듯하고 질척한 입안에 자신의 물건이 들어 가 있는 것으로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존재. 소위 걸레라고 불리는 존재가 미니쨩이었다.
 ‘해볼래?’
 친구의 장난스러운 권유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그게 진짜인지 몰랐었다. 오히려 남자로서 어떻게 여자를 걸레라고 부를 수 있는지 약간의 혐오감을 느꼈었다. 그럼에도 처음 미니쨩이 자신의 좆을 입에 물고 볼을 올려다볼 때. 그런 생각들은 성욕에 밀려서 그대로 사라졌다. 그 뒤로 틈만 나면 친구를 졸라 대었다. ‘걸레라는 말의 불쾌감도 사라졌다. 이제는 매력적으로 들린다.
 “좋냐…….’
 열심히 자기 물건을 빨아주는 미니쨩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걸레란 족속들은 남학생 생각보다 한심했다. 좋다는 듯이 남의 물건을 입에 넣고 쪽쪽 빨아대고, 돈 몇 푼 쥐어주면 좋다고 챙겨가고. 그러면서도 자신은 자유로운 영혼 인 것처럼 도도하게 굴어대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으웅…….”
 좆을 입에 넣은 채로 뭐라 미니쨩이 뭐라 말했다. 벙어리 마냥 뺨을 들썩이며 웅엉웅얼 거리면서 입안을 울렸다. 귀두가 울려대는 기분이 몹시 묘했다. 간지럽기도 하고 미묘하게 불쾌하기도 하여 그렇게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뭐야.”
 그가 싸늘하게 내려다 보았다. 미니쨩이 껴안고 있던 남학생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 남학생은 머리를 잡고 있던 손을 풀고 미니쨩의 입에서 좆을 꺼냈다. 침이 잔뜩 묻어 입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질퍽이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침 덩어리를 흘렸다.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은 단단한 물건이 나오면서 미니쨩의 이에 긁혔다. 아프지는 않지만 불쾌하다. 숨이 막혔는지 흘러내린 셔츠 사이로 손을 넣어, 가슴에 손을 놓고 숨을 몰아 쉬는 미니쨩의 뺨을 갈겨버렸다.
 난데없이 억센 손에 뺨을 얻어 맞은 미니쨩이 화장실 벽에 머리를 박았다.
 “걸레년이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해서 어따 쓰겠다고 씨발. 좆같네 진짜…….”
 “아니 아파 아파 턱도 아프고……숨이 막혀서…….”
 “니는 마, 말이 좆나게 많아요 씨발아. 걸레가 언제부터 말을 했다고 토를 달어? -”
 그가 윽박질렀다.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는 그 남학생에게 더 얻어맞고 싶지는 않았다. 왜 욕을 하면서 때리는지 모르겠다. 지치면, 지쳤다고 말 할 수 도 있는데 나는 물건이 아닌데. 왜 나한테만 항상 쉽게 욕을 하고 못된 짓을 하고. 남자들에게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못되게 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생각으로만 그친다. 미니쨩은 때 원만히 넘어가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입 속을 타고 구린 냄새가 코로 올라 왔지만. 처음만 견디면 다시 할 수 있다. 남자의 다리를 잡고 다시 좆을 입에 물었다. 두껍고 커다란게 들어왔다. 하도 오래 입을 벌리고 있느라 턱이 아파서 빠져버릴 것 만 같다.
 “됐어.”
 남학생이 열심히 빨아 대고 있는 미니쨩에게 말했다. 이대로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개운하게 쌀 것 같지가 않다. 감질나게 시간만 낭비하는 것도 아깝다. 그는 직접 미니쨩의 머리를 잡고 허리를 흔들었다. 두꺼운 물건이 깊숙하게 들어갔다. 마치 자위 할 때 손을 흔들어 대는 것 같이 사람의 머리를 붙잡고 빠르게 흔들어 댔다. 입안의 더운 느낌은 물론 혀가 자지의 아래를 긁어주는 느낌이 손으로 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니쨩이 직접 해서 쌀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직접 머리를 붙잡고 허리를 흔들어대는 것이 성미에 맞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는 셈이지만, 그런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걸레잖아.
 “. 우우…욱.”
 길고 굵은 것이 목을 아무렇게나 쑤셔댄다. 입 천장, , 혀를 되는 대로 두들기다가 미끄러지듯이 목구멍을 쑤셔댄다. 목젖이 있는 곳까지 두들겨 대는 바람에 속에서 계속 올라올 것만 같다. ‘심하게 하지마.’ 토할 것 같고 정신이 없다. 얼굴이 남학생의 지저분한 아랫배에 계속 부딪히고 비벼진다. 좀 전에 자지 빠느라 침이 잔뜩 묻은 자지털에 코가 스친다. 역겨운 냄새가 마구 풍긴다. 자신이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자위 도구로 태어나는 것이 좋았을 지도 모른다. 더 이상 상할 것도 없는 자존심이 유린된다. 목구멍을 굵은 좆이 들락날락 하는 동안 미니쨩은 다른 생각을 하기로 한다. 힘들 땐, 정신을 놓고 다른 생각을 하면 금방 끝난다.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지금이야 말로 교회를 다니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때다. 기도문을 읊는 것만큼 시간이 잘 가는 것이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실소.
 찹 찹 찹찹 찹…….
 ‘아파.’
 “하아…….”
 잠깐 움직임이 멈추었다. 목구멍에 질척한 액체가 흐른다. 몸을 파르르 떨면서 물건을 꺼낸다. 모아둔 정액을 있는 대로 내뿜으면서 물렁해진다. 미니쨩의 얼굴에 쭉 뿜는다. 반쯤 가라 앉은 자지가 철썩 하고 미니쨩의 뺨을 때리며 달라 붙는다. 목이 너무 아프다. 정액과 침과 눈물이 뒤섞여 정식이 혼탁하다. 조금도 기분이 좋지도 않고 그저 지루하고 괴롭다. 원하는 대로 싸서 집에 갈 때까지 열심히 자위 도구 역할만 하면 된다.
 “한 번 더.”
 그는 미니쨩의 목덜미를 잡고 일으켜 세워 화장실의 지저분한 벽에 박았다. 차갑고 싸늘한 벽이 정액으로 끈적해진 미니쨩의 볼에 쩍- 하고 달라붙는다. 그는 미니쨩의 치마를 벗어내리고 팬티를 반쯤 벗긴다. 하얀 엉덩이 사이에 깊은 골이 보인다. 몇 번 매만졌다가. 쑤셔 넣는다. 충분히 젖어있기 않아 빡빡하게 귀두가 마찰하며 당기는 느낌이 불쾌하지만 막상 들어가면 안은 매끈하고 따듯하다.
 “.”
 삽입 순간 짧게 신음한다. 그는 허리를 흔든다. 미니쨩의 엉덩이를 쳐 올린다. 철썩이는 소리가 마치 뺨을 때리는 것처럼 세차게 들려 온다. 남학 생에 비해 키가 작은 미니쨩이 한 번 쳐 올릴 때마다 가볍게 공중에 뜨는 듯 하다. 그저 힘으로만 쑤셔 대는 바람에 내장이 뒤 흔들리는 느낌이다. 좆이 미니쨩의 보지에 들어갔다 나온다. 찔꺽이는 음탕한 소리가, 삐걱 이는 낡은 화장실의 간이 벽체 소리와 합쳐진다. 철썩 철썩, 삐걱 삐걱…….
 바짝 달라 붙어서 목덜미에 침을 질질 흘려가면서 정신 없이 쑤셔댄다. 미니쨩의 정신은 남자에 비해 말끔하다. 그가 살짝 오그라든 좆을 숨기기 위해 더욱 세게 박아온다. 정액 묻은 뺨이 벽에 더욱 문질러진다. 정액 냄새가 코에 가까이 난다.
 마침내 그가 까치발을 한 상태로 미니쨩을 살짝 들어 올려 안에 흘려 넣는다. 질 벽에 닿는 정액의 감각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자궁 안으로 미쳐 들어가지 못하고 주르륵 흘러 내린다. 아까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 배 안에 싸질러진다. 아직 미처 빼지 못한 남자의 좆이 질벽을 긁으면서 움츠러든다.
 “하…… 씨발…… 또 걸레년이랑 하고…… 나도 안 되겠다.”
그는 기껏 혼자 기분 좋게 해놓고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니쨩을 쏘아보고 나갔다. 머릿속에 정액냄새가 가득하다. 이제 집에 가야 하는데,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 들은 정액 냄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휴지로 주섬주섬 닦아낸다. 머리카락이 왁스라도 바른 듯 뭉쳐 있다. 비릿한 냄새가 새삼 풍겨온다. 너덜너덜한 가방을 다시 메고 나가려는데 누군가 들어온다. 남학생 둘이다. 미니쨩은 변소 문을 닫고 다시 앉는다.
 둘은 단순히 소변을 보러 왔을 뿐이다. 소변기 하나씩 마주보고 서서 농담을 주고 받는다.
 “, 무슨 냄새 나지 않냐?”
 한 명이 문득 그렇게 말한다. 다른 한 명이 냄새를 맡고 보니 그렇다. 풍겨오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낯익은 냄새면서도 절대 맡고 싶지 않은 고약한 비린내. 밤꽃냄새다.
 “이거……음……그거 같은데…… 정액 냄새.”
 “그치? . 토할 거 같다. 누가 딸친거 아냐?”
 “설마 미쳐가지고 이런 지저분한 데서 그러겠냐? 딸을 쳐도 싼 건 다 닦고 가던가 하지 무야 이 냄새 미쳐버리겠네.”
 둘은 농담을 잠시 나누다가 못 견디겠다는 듯이 뛰쳐나갔다. 미니쨩은 팔에 코를 박고 킁킁댄다. 냄새가 그렇게 심한지 잘 모르겠다.

 집에 갈 시간은 이미 훌쩍 지났다. 길엔 어떤 학생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막 어둡게 해가 내려 앉으려고 한다.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걷는다. 미니쨩은 이 골목을 다니는 동안 사람을 단 한 번 도 본 적이 없다. 골목길의 중간 중간엔 대문이 있지만.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정말로 안에 아무도 안 사는지도 모른다. 다 죽어버렸으면. 다 죽어 있으면 정액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다니는 여자아이를 보지 못할테니. 아무도 자기가 있는걸 알아 주지 못했으면 좋겠다. 외롭다.
 노란 가로등이 켜진다. 누가 켜는지 모르겠다.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온다. 옷을 보아하니,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다. 아니 아는 아이다. 딱히 미니쨩에게 싫은 소리를 한 적도 없고 사이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그런 관계다. 괴롭히지 않는 다는 것 만으로도 호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하고, 인사 외에 몇 마디 나눠 보지도 않았다.
 평소에 말을 걸어서 친한 친구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난 좀 있다가 갈게, 먼저 가.”
 교실에 남아 있을 필요는 없었지만. 미니쨩은 책상을 떠나지 않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면서 뭔가 일이 있는 듯 꾸물거렸다. 그 아이가 혼자 남을 듯 해서 둘만 남아 있기를 기다렸다.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말을 걸면서 바보취급을 당하거나 그 아이가 곤란한 오해를 받을 까봐 걱정해서였다. 어쩐지, 미니쨩을 싫어하는 아이들 앞에서 그 아이에게 말을 걸면 이상한 아이랑 대화 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았다. 그런 말을 들어버리면 버틸 수 없다. 항상 듣는 말이라도, 듣고 싶지 않다. 그냥 조용히 친구를 만들고 싶다. 머릿속으로 그 아이와 농담을 하면서 웃는 상상을 해본다. 상상을 멈추고 싶지 않을 만큼 기분이 좋다.
 “, 저기…….”
 “, 미니……아니 무슨 일이야? 집에 안가? 오늘은 일찍 끝났는데.”
 그 아이는 미니쨩을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고개를 완전히 돌리지 않는다. 미니쨩은 혹시 미움 받는 것이 아닌가 고민했지만 뭔가 서류 같은 것에 적고 있는 것을 보아서 어딘가에 급히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바쁜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막상 말을 걸고 보니까 더 할 말이 없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다음 대화는 생각하지 않았다. 빨리 다음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할지도 모른다. 떨린다. 사람이랑 이야기 하는 것 만으로도 머리가 하얗게 되어버린다. 숨도 쉬기 힘들다.
 “뭐야?”
 “아니, 그냥…… 지금 뭐 하나 싶어서…….”
 뭘 하는지는 보면 안다. 뭔가 적고 있고. 그건 사적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그걸 물어보는 것은 틀렸다. 미니쨩은 머릿속으로 후회한다.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여자아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자기가 말을 거는 것으로 만만하게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냐. 그래,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냐.”
 여자아이는 그걸 물어보려고 왔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불쌍할 정도로 동요하고 있는 미니쨩을 힐끗 보고는 관뒀다. 예쁘게 생겼는데, 왜 저러고 살까……. 알 수 없다. 불쌍하게도. 따돌림을 많이 당하는 바람에 그런 성격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 애쓰지만,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쾌함이 솟아 오른다. 그것을 이성으로 억누른다. 이 아이는 불쌍한 아이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었다.
 “? 아…… 응…… 그래, 미안…… 그냥 궁금해서…….”
 미니쨩은 이유도 모른 채 사과했다.
 “미안할게 뭐 있어? ……근데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건데?”
 “. 아냐. .”
 미니쨩은 허겁지겁 돌아갔다.

 혼자 다니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에 푹 빠져 있는 사이 벌써 가까이 걸어 왔다. 침침히 가라 앉은 어둠 속에서도 슬슬 얼굴이 파악 될 거리까지 왔다. 미니쨩은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정액냄새가 나는 것을 들킬까 골목길을 빠져 나가기로 했다.
 “? 뭐야 이 시간에?”
 붙잡혔다. 무시하고 걸어 나가려고 했지만. 순간, 그랬다가는 정말 미움 받을지도 모르고. 나중에 교실에서 너 어제 왜 무시하고 그냥 갔어? 라고 물어본다면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 될지도 모르고 그러면 온갖 나쁜 농담을 들을지도 모른다. 견딜 수 없다.
 “. 응… 그게 응…… 그러니까 교회 교회가려구…… 수요일 저녁에…….”
 “아 교회 다니는 거야? 수요일에도 가고. 열심히 다니나 보네. 의외다.”
 열심히 다니지는 않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동생이 교회를 열심히 다녀서, 데리러 가는 것일 뿐이다. 교회에 가면 자기를 따돌리거나 무시하는 애들은 없지만. 외려 보기에 한심한 찐따 같아서 같이 놀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누군가 봐버린다면 학교에서 안 놀아주니까 교회에선 신나게 논다는 이야기가 돌지도 모른다.
 “아냐 뭐 그냥…….”
 미니쨩은 그냥 웃어 넘기면서 지나치려고 했다. 여자아이는 학교에서 매일 말도 없이 괴롭힘이나 당하는 미니쨩에게 뭔가 힘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랑 눈도 잘 안 마주치고 불편해 하며 어디론가 빨리 가고 싶어 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 갈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지나쳐 가는 미니쨩의 표정을 그대로 지쳐보았다.

 교회는 미니쨩이 싫어하는 곳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마음이 편안해 지는 곳이다. 교회의 지하 예배당에 있으면 조용하고 어두워서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온갖 사람들이 친한 척 말을 걸어 오는 곳이기도 하다. 미니쨩은 일부러 예배 시간 보다 늦게 교회에 와서 예배당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하실에서 동생을 기다리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으면 된다.
 기도를 해도, 생각을 해도. 아무도 없는 이 지하가 훨씬 좋다. 아무도 없는 지하의 어린이 예배당에 불도 키지 않고 기어 들어간다. 정액냄새가 날까 더욱 구석으로 숨어 든다. 어릴땐 교회에 동생과 함께 오는 것을 좋아했었다. 같이 이 지하의 어린이 예배실에서 놓곤 했었는데, 그때는 재미있었는데, 좋은 친구들도 많았었는데.
 제발 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동생한테 오늘은 교회 가지 말고 집에 가서 문 좀 열어 달라고 말했는데…….
 미니쨩은 생각하고 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필이면 오늘 열쇠를 잃어 버리는 바람에 바로 집에 갈 수도 없고. 정액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까 동생에게 말했는데 꿋꿋이 무시하고 교회에 오다니. 그냥 빨리 나오라고 연락해도 답장이 없는 것을 보니 분명 예배중이다.
 또각또각…….
 미니쨩은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움츠러들었다. 왜 이런 때에 아무도 없는 지하를 돌아다니는지 모르겠다. 발소리는 예배실 앞에서 멈췄다. 미니쨩은 책상 밑으로 숨어 들었다. 반사적으로 숨기는 했지만 대체 왜 숨어 들었는지 모르겠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아니 지었던가?
 “…….”
 누군지 모를 여자는 예배실 불을 키고 뭔가 찾듯이 헤집었다. 그러다 오래된 사물함을 열고 박스를 꺼내서 책상 위에 두고 찾았다.
언제 가는 거야?’
“……없네.”
 난처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불을 그대로 켜두고 나갔다.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기어 나왔다. 책상 위엔 사진과 문서들이 널려 있었다. 정리를 해두지 않은 모양이다. 다시 금방 올 듯 한 느낌에 나가려는데, 문득 사진 하나가 미니쨩의 발목을 붙잡는다.
 아주 오래된 어릴 적 사진이다. 친구들과 동생의 손을 잡고 놀고 있는 그런 모습이 색이 바래진 사진에 남아 있다. 그런 때도 있었는데. 그때는 자신감이 넘쳤었는데 그때는 누구와도 쉽게 친구 할 수 있었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되었을까?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원래 사교성이 나쁜 아이였을까? 마음이 심란하다. 그때 그러지만 않았더라도. 아니 왜 그랬을까? 모르겠다. 내가 나쁜걸까? 괴롭힘 당하는 사람에게는 괴롭힘 당하는 이유가 있는 걸까? 학교도 가기 싫고, 주변에 그렇게 살고 있는 사실을 말하기도 싫다. 졸렬한 자존심이 미니쨩을 더욱 힘들게 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더욱 더 몰아 놓고 있었다.

 “이거 봐, 야 미쳤네. 야 진짜 이거 봐봐. 얘 진짜 이거 하고 왔어.”
 준호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무릎을 탁 치다가 손뼉을 치다가 급기야는 침대 위에 드러누워서 데굴데굴 굴러버렸다. 준호의 친구 두 명도 준호만큼은 아니었지만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가운데 미니쨩이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이상한가?”
 “아냐, 이상하지 않아.”
 준호는 웃음기를 딱 멈추고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는 미니쨩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 했다. 미니쨩은 어깨를 움츠리며 천천히 조금씩 다가갔다. 살짝 풀어 해쳐진 셔츠 사이로 하얀 살결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살결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끈이 있었다. 그건 준호가 사준 개목걸이었다. 그는 얼마 전 미니쨩에게 개목걸이를 선물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걸 하고 와 달라고 말했다. 그가 미니쨩의 일상을 파괴한 주범이라는 것을 미니쨩도 잘 알고 있었다.
 “귀엽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니쨩을 가볍게 안고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
 “……그래?”
 진심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귀엽다는 말은 기분이 좋다. 준호의 손이 미니쨩의 셔츠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하얀 셔츠를 벌리고 손바닥으로 옆구리를 쓰다듬었다. 매끄러운 피부 위를 남자의 손이 스쳐 지나갔다. 옆구리를 하나 하나 살피듯 만지고 손을 올려 둥그런 가슴의 밑 부분을 따라 쓰다듬었다.
 “흐으…….”
 “귀여워. 그럼, 내가 미니쨩 좋아하잖아. 그렇지?”
 준호가 물었다. 미니쨩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떨리듯 전해 오는 감각에 준호의 목을 감싸 안았다. 가슴 밑을 만지다가 손을 들어 올려 둔덕을 움켜 쥐었다. 가볍게 살짝 움켜쥐자 손가락 사이로 미니쨩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솟아 오른 젖꼭지를 손가락 마디마디로 비틀었다. 신경을 타고 튀어 오르는 강렬한 감각이 미니쨩을 몸 둘 수 없게 만들었다. 미니쨩은 허벅지를 스스로 비볐다. 천천히 왼쪽 허벅지가 오른쪽 허벅지를 스치며 위로, 다시 그 반대로. 준호는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그 가운데로 손을 넣었다.
 “, 하지마.”
 “좋아하잖아.”
 “아냐…….”
정말이다. 좋아하지 않는다. 미니쨩은 준호가 좋지만. 동시에 굉장히 싫어한다. 도대체 뭐가 어찌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처음 보았을 때 그냥 호감이 있는 남자였는데. 그런 남자랑 사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잘못 된 건지. 준호가 미니쨩에게 나쁜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고 동시에 미니쨩을 좋아해 주는 건 준호 밖에 없었다.
준호는 날 싫어하잖아.”
 미니쨩이 목소리를 쥐어짜내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준호는 아무 말 없이 있다가 갑자기 세게 가슴을 쥐었다. 아프다. 그가 불쾌하다는 듯이 미니쨩의 얼굴을 붙잡고 눈을 마주쳤다. 그가 화내는 것은 무섭다. 눈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심장이 오그라드는 기분이다.
 “내가? 내가 미니쨩을 싫어해?”
 그가 말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장난감을 왜 싫어해? 엄청 좋아한다니까.”
화를 억누르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미니쨩을 지금처럼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게 만든 것은 누구도 아닌 분명히 이 남자다.

 미니쨩이 준호를 좋아한다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서 조용히 소문이 났다. 준호가 보기에는 기가 차는 여자였다. 말은 제대로 못하지 행동은 굼뜨지 뭐 하나 확실해 보이는 것이 없지. 항상 엉성해 보이는 여자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들 웃길 뿐이다. 하지만 그만큼 예쁘기도 했고 적당히 귀엽기도했다. 결정적으로 이런 멍청해 보이는 여자라면 왠지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자는 섹스가 궁금했고, 해보고 싶었다. 돈도 많고 친구들도 많았지만 아직까지 섹스는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미니쨩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무도 모르게 집에 데려와서. 어렵지 않게 처음으로 한 번 해보고, 왠지 뿌듯해져서 몇 번 더 해보고, 섹스가 별거 아니라는 것을 이해 할 때쯤. 미니쨩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말해버렸다.
진짜야?”
 주변 애들이 모두 저런 애랑 사귀는 거냐고 물었다. 미니쨩이랑 떡치다보니 떡정이라도 들은 건지 싫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귄다는 소리 듣기엔 자존심 상했다. 보아하니 여자애들 몇 명이 미니쨩 바보 같다고 놀리니까 울컥해서 아다년들이라고 화냈고 거기서 그럼 넌 누구랑 했냐고 되물은 것에 대답한 모양이었다. 준호는 머리를 감쌌다. 왜 그런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해서. 사람을 골치 아프게.
 그래서 걸레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아이들 중에는 사교성이 유난히 떨어지는 아이가 있다. 사교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그것이 나쁘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아이들은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고 그 장난에 유연하게 대처 못하는 아이를 더욱 재미있어 했다. 그러다 보면 장난의 강도가 더 세지는 법이고. 급기야는 장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여 괴롭히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재미로 괴롭혀 놓고, 사람의 혐오스러운 면을 억지로 만들어서 혐오하게 만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장난으로 그러는 것이니까 아무런 죄가 없다. 다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가 특별히 죄책감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 각자가 조금씩 나눠서 괴롭히면 자신은 크게 괴롭힌 적이 없다고 믿게 된다.
 미니쨩은 원래도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반의 구석에 앉아서 조용히 책만 읽거나 휴대폰만 만지고 같이 놀자고 데리고 나가도 엉성한 모습만 보이고 재미있게 즐기는 건지 어쩌는 건지 애매한 모습을 보였다. 명확한 이유 없이 싫어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것에 이제 걸레라는 낙인까지 딱 하고 붙어버리니 순식간에 고립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여자애들이 먼저 놀려대고 자잘한 괴롭힘을 시작했다. 미니쨩은 화도 내고 울기도 해보고 항의도 해봤다. 하지만 그게 더 이상하게 보일 뿐이었다. 미니쨩이 참다 참다 화를 내면서 씩씩대면서 말하면 다른 아이들은 멍청한 표정으로 쟤 왜 저래?’라며 쳐다보았다. 그것이 더 상황이 악화 시키고. 남자아이들도 우습게 보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사귀고 있다는 준호의 요구는 점점 이상해졌다. 저 애랑도 해줘 이 애랑도 해줘. 정말로 걸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준호는 꾸준히 미니쨩을 좋아하는 척 해줬다. 심하게 말하고 미니쨩을 더 괴롭히라고 부추기긴 했지만. 그래도 미니쨩에겐 준호가 제일 나았다. 정말 죽도록 싫어하지만 하라는 대로 해줬다. 그러면 최소한 안아는 줬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미니쨩은 자기 머리로는 뭐가 어떻게 꼬인 건지 이러한 상황에서 헤어나올 방법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도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 딴 생각하는 거야?”
 준호가 젖꼭지를 깨 물으며 물었다. 자극에 허리가 흔들렸다. 허벅지를 주물주물 만지는 준호의 손에 미니쨩의 보지에서 흘러 나온 액이 묻어서 질척해졌다. 역하고 야한 냄새가 풍겨왔다. 액은 허벅지 밖으로 빠져 나오자 마자 빠르게 말랐다. 준호가 그렇게 그렇게 미니쨩을 만지며 즐기는 동안 나머지 두 명은 휴대폰으로 찍어서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엎드려.”
 그는 미니쨩의 목줄을 잡고 말했다.
 “?”
 “아 엎드리라고. 이제 말귀도 못 알아들어?”
 “미안…….”
 미니쨩이 침대 위에 엎드렸다. 하얀 엉덩이를 준호에게 그대로 내밀었다. 엉덩이에 보이는 틈새에선 계속해서 액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이 자세는 언제 해도 부끄럽지만 미니쨩은 방법이 없다. 이불에 얼굴을 묻고 웅크려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준호는 목줄을 확 잡아 당겼다. 기도가 졸리는 고통과 함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목구멍이 낯선 물체와 닿은 것처럼 아프다. 엉뚱한 곳으로 가려는 강아지를 억지로 잡아 끄는 기분이다. 그는 말하기 어려운 지독한 정복감을 느꼈다. 이 사람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희열이 안에서 솟구쳤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미니쨩을 굉장히 좋아했다. 멍청하고, 괴롭히면 그 반응이 무척이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가학성이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미니쨩이 만들어 준 것이라 합리화 했다.
 “켁……깨으.”
 우아하지 못한 소리를 짐승 같이 내 뱉었다. 그는 엉덩이를 한대 찰싹 쳤다. 엉덩이가 출렁였다. 미니쨩이 울먹이며 목을 갈았다. 그게 그를 기쁘게 했다. 엉덩이에 손톱 자국이 생기도록 움켜 쥐고 양쪽으로 당겼다. 벌어지는 엉덩이 가운데 미니쨩의 보지가 열리기 시작했다.
 “좋아? 정말 이게 그렇게 좋아? 진짜 말도 못할 변태네. 진짜 변태야. 그러니까, 네가 괴롭힘을 당하는 거야! 문제는 너야, 이 음란한 몸이며 방심하는 듯한 멍청한 표정을 한 시키면 다 하는 음란한 대가리가, 사람들이 널 괴롭히는데 미치게 만든다고.”
 그가 소리쳤다. 목줄을 거세게 잡아 당겼다. 미니쨩의 목이 눈으로 보기에도 심하게 졸려졌다. 입에서 침이 거품처럼 흘러 나왔다. 눈이 풀리고 그 기분 나쁜 말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외로워서 자기를 상대해주는 이 남자에게 찾아오는 자신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아니다. 모두 이 남자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머리가 하얗게 된다.
 “이거 개 같네. 그래. 진짜 개 키우는 것 같아. 멍청하고, 시키면 다 하고.”
준호가 웃음이 터졌다. 하나도 안 웃긴데. 준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하나도 안 웃긴데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자기 앞에 엉덩이를 내밀며 엎드려 있는 사람을 보니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어처구니가 없다.
아 그래, 여자애들이 널 개년이라고 부르더라고. 개가 맞는 듯 해. 순종적이라서 좋아. 좋아하는 것 알지?”
 준호가 다시 목줄을 당겼다.
 “알면 개년은 개 같이 짖어!”
 준호가 소리쳤다. 미니쨩은 개처럼 짖기는커녕 숨이 막혀 낑낑대는 소리도 내기 어려웠다.
 “머……멍…….”
 간신히 멍멍이라는 두 음절을 내뱉었다.
야아, 그렇다가 진짜 다쳐…….”
 보다 못해 지켜보던 둘 중의 한 명이 말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바지에 추잡한 산을 만들고 있었다. 준호는 따까리가 흥을 깨는 것이 맘에 안 들었다.
 “닥쳐! 넌 씨발 얘 따먹게 해주면 되었지 말이 말아 썅. 뭔데 참견이야 니미, 하기 싫으면 꺼져!”
 그가 으르렁거리자. 남학생은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 남학생이 생각하기에도 준호는 악마 같았다. 미니쨩을 그렇게 까지 집요하게 괴롭힐 이유는 없는데도 단순히 재미로 괴롭히는 것이 미친 사람 같았다. 남의 일상을 파괴해놓고 말한다는 소리가…… 하지만 그는 말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좆을 저 틈새에 쑤셔 박고 싶었기 때문이다.
 준호는 목줄을 살짝 풀었다.
 “하아……하아.”
 미니쨩이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눈물이 쉴새 없이 흐른다.
 “씨발년.”
 그가 좆으로 때리듯이 쳐 넣었다. 질척한 뜨거움이 그의 물건을 감싸 안았다. 미니쨩의 몸이 튀어 올랐다. 한 손으로는 옆구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목줄을 잡으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박수 치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자지가 들어갔다 나오면서 부끄러운 소리도 난다. 신음 소리가 거칠어 진다. 미니쨩은 목줄 덕에 고개를 쳐들고 있다.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미니쨩은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무아지경 속에 척추를 타고 흐르는 감각이 머리를 채웠다. 아랫배를 두드리는 정액의 느낌이 온다. 미니쨩의 질은 그의 물건을 쥐어 짜내듯 움직인다. 속에서 자지가 딸꾹질 하듯 까딱 거리며 벽을 두드린다. 그리고 아직 미처 다 싸지 못한 정액을 찍찍 뱉어낸다. 따듯한 액체를 미니쨩의 몸이 머금는다. 쭈글쭈글하게 작아지는 자지가 아쉬워서 그가 미니쨩의 엉덩이에 더욱 밀착해 비벼댄다. 정액 한 방울도 밖으로 흘리고 싶지 않은 듯이 자지를 빼지 않고 입구를 틀어 막고 있다. 목줄이 풀리고 미니쨩은 엎드려서 움찔거리고 있다. 벌려진 입 사이로 칠칠치 못하게 침이 흘러나와 침대를 흥건히 적신다. 불쾌하다. 싫다……. 희열이 가시고 나면 정말로 다 쓴 장난감과 같이 버려진다. 그러면 미니쨩의 머릿속에서 우울함이 솟구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는데, 겁쟁이라서 싫다고 말할 수 없는 자신이 무척이나 싫다.
 “하아.”
 다른 두 명은 그걸 무심히 지켜보았다. 눈 앞에서 다른 남녀의 교미를 보고 있는 건 불쾌한 일이지만, 참는다. 준호는 두 명을 힐끗 쳐다보았다.

 “좀 만 더 세게 쥐어줄래?”
 미니쨩에게 물건을 쥐게 한 남학생이 말했다. 그는 이것이 나쁜 일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멈출 수 없다. 어차피 시작한 일 중간에 멈춘다고 해서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뉴스에선 단체로 어떤 여자를 성적으로 괴롭혔다고 하지만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것은 조금 다른 일이었다. 그는 그걸 보면서 여태까지 남의 일로만 여기면서 죽일 놈들이라고 더 크게 처벌해야 한다고 소리쳤었는데, 이제와 자신이 그런 입장이 되고 나니 말로는 곤란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미 물은 엎질러 졌다.
 열심히 두 명의 물건을 번갈아 핥아대고 있는 미니쨩의 울먹이는 표정이 불쌍하다고 느끼지만, 그런 불쌍한 표정에서 에로스와 가학심까지 느끼고 말았다.
 뜨거운 입김도, 귀두에 닿는 말랑한 입술도, 살짝 오돌토돌한 혀의 감촉도, 부드러운 손의 촉감도 그 어느 하나도 그를 미치게 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양심의 가책이란 정말 가볍게 없어지는 것. 그는 시원하게 분출해냈다.
 찡그린 미니쨩의 얼굴에 하얀 정액이 흘러 내렸다. 그 모습에 다시 섰다. 한 번 했다면 두 번은 쉽다. 그는 미니쨩의 손을 잡고 자신의 물건에 가져다 대었다.
 준호는 말 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다.

 나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찾아 온다. 미니쨩은 조용히 들어와 수업에 참여했다. 주목 받고 싶지 않아서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주목 받고 싶지 않아도, 누구도 미니쨩을 주목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눈에 띄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건 주로 괴롭히는 아이들이 지루할 때였다. 심심해지면 미니쨩의 머리에 뭔가를 집어 던지거나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거나 했다. 몹시 유치한 장난이었지만 그래서 문제였다. 반응하면 반응한다고 좋아했고 반응하지 않으면 반응할 때까지 정말 집요하게 장난쳤다. 그래서 화를 내면 장난 치는데 화를 낸다고 되려 역정을 부렸다.
 그걸 지켜보는 애들의 반응은 크게 두 종류로 쟤들 왜 저러나 싶으면서도 미니쨩이랑 말 섞는 것은 싫은 부류와 자기도 정말로 미니쨩을 싫어한다고 믿는 종류였다. 어느 쪽이든 미니쨩과 관계 되는 것을 싫어했다.
 매일 매일이 한계였어도 오늘은 어쩐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아랫도리도 얼얼하고 입도 헐어서 아프다. 몸이 피곤하고 우울하고 집에 가고 싶다.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고 건들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왜 이런 날엔 아프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아프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했다. 아픈 것처럼 엎드려 있고, 왠지 열이 나는 것도 같고, 숨도 가빠진다. 엎드려 있는 동안 다른 애들이 와서 아파서 집에 먼저 가보려고 수 쓴다는 이야기로 빈정거리긴 했지만, 괜찮다. 집에 가고 싶다. 정말 싫다.
, 그래? 많이 아파? 아프면 어쩔 수 없지…… 자주 아프네 넌……. 병원 가봐.”
 유감스러운 표정이 괴롭지만, 어렵지 않게 빠질 수 있었다.
 주섬주섬 책을 챙겨 집에 가려는데 왠지 눈빛이 좋지 않다. 늘 있는 일이다. 특히나 먼저 집에 갈 때는 더더욱 그렇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그럼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다. 혼자 방안에 틀어 박히면 아무하고도 마주치지 않아도 좋다. 많이 외롭겠지만…….
 잠시 화장실에 들렸다 가기로 했다. 이런 곳에 더 오래 있고 싶지는 않지만, 집까지 가는 동안 화장실이 없다. 별 수 없이 소변을 보기로 했다.
 “무슨 냄새 나지 않냐?”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들어 왔다. 반사적으로 몸이 움츠러든다. 변소의 문 밖으로 발 소리가 어지럽게 들린다. 사소한 잡담이 오간다. 화장실에 볼일 보러 온 것이 아니면 왜 왔는지 모를 정도로 거울 앞에서 잡담만 하고 있는 듯 하다. 미니쨩은 대체 언제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꽤나 지났는데, 여기에 틀어 박혀서 수업을 듣지 않을 셈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은데, 저 아이들과 마주치는 것은 싫고 마주치지 않으면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저 화장실 칸 고장났던가?”
 누군가 문득 말했다. 미니쨩은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아니, 그런 이야기 처음 듣는데.”
 발소리가 어지럽게 미니쨩이 앉아 있는 화장실의 문 앞까지 들려온다. 탁탁탁 하는 발소리만큼이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린다. 집에 간다고 해놓고 이런 곳에서 마주치는 것만큼 끔찍한 것이 없다. 끔찍하다. 미니쨩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각오했다.
 “누구 있어요?”
 “고장 났나 본데.”
 “아냐, 왠 고장. 아침까지도 멀쩡했는데. 고장이 났으면 고장이라고 써 붙이지.”
 서로 이야기 했다. 제발 고장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주길. 심장이 조인다.
 “사람 있나? 죽은 거 아니까?”
 “나는 이런 냄새 나는 화장실에서 죽고 싶지는 않아…….”
 “어릴 때 닫힌 화장실의 문에서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봤는데.”
 “꺄아- 그런 이야기 지금 하지 좀 마. 넌 맨날 그러더라.”
 그러다가 갑자기 문을 똑똑 두드리면서 물었다. 깜짝 놀라서 목소리가 작게 새어 나왔다. 바깥이 조용하다. 들었나 못 들었나 감이 오지 않아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불현듯 느껴지는 불길 한 느낌에 위를 쳐다보니 낯 익은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씩 웃었다.
 “나올래?”
 나가지 않았다. 나가봐야 놀림감이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울고 싶다. 빨리 집에 갈걸 어째서 화장실에 오는 바람에 놀림거리가 되어가지고. 미니쨩은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이유 없이 사마귀가 잡혀 죽었듯이 자신도 사마귀 꼴이 된 것이다.
쉽게 나가지 못하고 있으려니 위에서 물이 조금씩 떨어졌다. 올려다 보니 투명하게 세상이 왜곡되었다. 물이었다. 물이 폭포처럼 쏟아서 미니쨩의 얼굴을 두들겼다. 결국 폭삭 젖은 상태로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마.”
 미니쨩이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보아도 수영장에서 막 튀어나온 물귀신 꼴이라 우습기만 하다. 얼굴에 머리카락이 찰싹 달라 붙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여자아이들은 머리를 툭툭 기분 나쁘게 밀면서 낄낄거렸다.
 속이 끓어 오르는 듯 하다.
 “하지마.”
 “싫은데, 더 할 건데?”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하자 다른 여자아이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대며 웃었다. 대체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하나도 재미없다. 미니쨩도 오늘은 피곤하다. 상대하기 싫다. 가만히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뭐야, 너도 기분 나쁘니?”
 “걸레도 기분 나쁠 때가 있네.”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머리를 툭 쳤다.
아냐.”
뭐가 아닌데.”
걸레 아니야
 미니쨩이 빽-하고 소리쳤다. 여자아이 중 한 명이 뺨을 때렸다. 다른 아이들은 직접 손으로 건들지 않는다면 이 아이는 가장 앞장서서 행동해왔다. 공기가 얼어 붙을 듯 싸늘한 눈빛이 미니쨩에게 쏟아진다.
 “왜 괴롭히는 거야?”
 미니쨩이 말했다.
 “우리가 언제 괴롭혀?”
 다시 또 웃음이 빵 터졌다.
 “괴롭히잖아. 매일 그러잖아! 내가 대체 뭘…… 뭘 그렇게 까지 잘못했어? ?”
 미니쨩이 말했다. 아까 젖은 물과는 다른 눈물이 눈가에 적신다. 떨리고 무섭지만 한 번 열린 입은 닫히지 않는다.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야, 우린 괴롭히지 않고 장난을 쳤지. 너랑 같이 놀려고, 그거 진담 아냐. 네가 싫으면 안 할게. 그래 안 할게. 괜찮지?”
 거짓말이다. 알고 있다. 그렇게 말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장난이라면서 접근해서 괴롭힌다. 뻔하다. 하지만 이 말에 대답하는 건 어렵다. 여기에 알았다고 말하면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거절하면 앞으로도 계속 괴롭히라는 의미가 된다.
 “거짓말이잖아.”
 “아냐 진짜야. 약속할게 응? 싫어? 그냥 계속 괴롭힐까?”
 누군가의 괴롭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걸 이 아이들은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미니쨩이 그냥 데리고 놀기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 대하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마. 그냥 아무것도 하지마. 나도 그냥 아무것도 안 할게! 나는… 나는 이거 힘들어 못 살겠어.”
 미니쨩이 울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시끄러, 누가 들으면 괴롭히는 줄 알겠다 정말로.”
 자기 입으로 좀 전에 괴롭힘이라고 말해놓고 또 그렇게 말했다.
 “그냥 하지 말라고! 재미로 사람 괴롭히는 게 좋아? 좋냐구!”
 미니쨩이 덤벼들었다.
 결과는 뻔했다. 뺨을 얻어 맞는 것도 모자라서 힘이 세고 떠들어 대기를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주먹질까지 했다. 미니쨩이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나서는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았다. 물건을 있는 대로 집어 던졌다.
 “그만해.”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니쨩이 돌아 보았다. 어제 자기 입에 좆을 물렸던 남자가 서 있었다.
 “? 여기 여자화장실인데…… 뭐니 변태야?”
 난데없이 나타난 남자아이가 자질구레한 건 상관 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밖에서 소리가 얼마나 요란하게 나는지 모르나 보네. 지나가는데 소리가 아주 사람 하나 잡겠더라.”
 여자아이들이 기분 나쁘다는 듯이 남자애를 노려보다가 가버렸다.
어우, 기분 나빠.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봐.”
 누군지 아니까 아는 남자애들에게 말할 생각이었고. 난데없이 나타난 남자아이도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 있으니까 여기에 끼어 들은 것이었다. 그는 수업도 때려치고 미니쨩을 데리고 나갔다. 왜 그런지 자신도 잘 모른다. 그냥 순간적으로 뭔가 영웅심리가 돋아서 그랬던 듯 하다.

 “딱히 니가 좋거나해서 구해준 거 아니야.”
 남자아이가 그렇게 확실히 선을 그으며 말했다. 미니쨩은 그렇게 말 할거라 생각했다. 그냥 갑자기 변덕이 생겨서 구해 준 것이지 자신이 좋던가 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런 오해라도 받았다간 기분이 나쁠 것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말한다 해서 미니쨩이 더 기분 나빠질 일은 없었다. 그래, 어차피 여자애들에게 맞을 거 다 맞았는데.
 “그냥 불쌍…….”
 이라고 말하려다가 관뒀다. 자기도 이 아이를 불쌍하게 만드는데 일조 했기 때문이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서 단어를 계속 선택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니가 그렇게 바보 같이 구니까 당하지.”
 남자아이가 말했다. 공원까지 오는 동안 미니쨩은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남자아이는 머쓱해져서 뭐라도 계속 말했다.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어제 자기에게 그렇게 굴어 놓고 이제와 좋은 사람인 척 굴어봤자 기분만 나쁠 뿐이다.
 “작정하고 덤벼들었으면 이렇게 까지 되었겠어?”
 미니쨩이 움찔했다.
 “……뭘 알아.”
 “?”
 “뭘 아냐구. 나는 아무 것도 안 해본 줄 알아? 나도 할 만큼 다 했어 이것 저것 다 해봤어! 하지만 안 돼! 아무것도 모르면서 쉽게 말하지마! 너도 어제!”
 미니쨩은 거기까지만 소리치다가 멈췄다. 남학생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계속 미안하다고 말했다. 남학생은 폭력은 나쁜 것이라면서 폭력에 대한 해결책으로 폭력을 제시했다. 그로서는 저항하지 못하는 미니쨩을 이해 할 수 없었다.
 “나한텐 너도 다- 다 똑같아.”
 미니쨩이 말했다. 목구멍에 분노가 가득 차서 응어리진다. 응어리는 너무 커서 목을 넘기지 못한다. 계속 턱턱 걸린다. 말하고 싶어, 좀 전은 잘해줬지만 그래도 욕을 하고 싶어. 미니쨩은 목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말했다.
- , 더러운 위선자. 너도 나쁘잖아. 내가 신고하면 너는 포함 안 될 줄 알아?”
미니쨩은 말하다가 감정이 치밀어 올라서 중간부터는 거의 소리쳤다. 한 낮의 공원을 지나는 사람들이 둘을 힐끗 쳐다보았다. 남자애는 더 할 말이 없어서 한숨만 깊게 쉬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어제 일을 후회는 하고 있지만, 후회는 혼자 하는 것이고 미니쨩이 그걸 이해하느냐 마느냐는 다른 문제라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
하아, 난 분명히 쓰레기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다. 난 폭력적인 방법 외에 아무런 해답이 생각나지 않아. 그래도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어? 생각해봐, 젊은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대. 바뀔 때까지 저항할 가치는…….”
네가 그랬잖아! 너도 내 시절을 망쳐놨잖아! 뭘 잘난 듯이 말하는거야!”
 미니쨩은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이렇게 화낼 수 있는 것은 이 남자는 자기에게 약점이 잡힌 만만한 상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만한 상대에게는 멋대로 화내고 무서운 상대에게는 벌벌 기고. 정말 쓰레기구나.
미안하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아질 방법이 있어, 도와줄게. 지금 이 상태가 정상은 아냐.”
 남자애가 솔직하게 말했다.
 미니쨩은 화도 나고 우울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뛰었다. , ,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더욱 혼란하다. 이제는 정말 그만두고 싶다. 아니, 항상 그만두고 싶었지만. 오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제는 정말이라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무슨 죄를 지었길래, 웃지도 못하고 친구를 사귀지도 못하고 피해 다니고. 숨만 쉬어도 미움 받고. 이제는 자기를 강간한 남자가 강간이란 감각도 없이 뻔뻔히 나타나서 왕자님 마냥 구해주는 행세를 하려 드는 것인지 모른다. 동시에 고맙기도 하다. 그런 남자애가 순간이라도 멋져 보인 자신이 혐오스럽다. 그렇게 누군가의 눈에 비참해 보이는 것이 싫다. 어째서 자신에게 자존심이라는 것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아예 자존심이 없었다면 사소한 것 하나하나 괴롭지 않았을 것을. 누군가 웃는 것만 들어도 자신을 비웃는 것이라 생각하며 울적해지지 않을 텐데.

 “…….”
 준호가 말했다. 미니쨩은 준호 앞에 앉아서 준호의 물건을 열심히 빨고 있다. 피곤해서 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준호가 미니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오늘 따라 별 말이 없다. 아까부터 무슨 생각만 하고 있는 모양이다. 평소와 다르면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미니쨩은 준호의 눈치를 계속 보고 있었다. 지금도 힐끗 힐끗 올려다보면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준호는 개미를 짓밟는 동생 같았고 사마귀의 목을 자르는 아이들 같았다. 미니쨩은 아무런 말도 없이 하지 말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냥 지켜봐야 했다. 미니쨩은 분명 이렇게 되는 단초를 제공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준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남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 미니쨩은 머릿속이 그런 생각들로 달구어졌다. 왜 내가 지금 이 남자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서도 눈치를 힐끔 힐끔 봐야 하는 처지에 있는지, 지금까지 남들과 사이 좋게 지내지는 못해도 괴롭힘을 당한 적은 없었는데. 실수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어째서 미니쨩에게만 특별한 괴롭힘 룰이 적용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미니쨩이 미워서 그랬을까? 지금도 그렇게 죽일 만큼 미워하는 것일까? 누군가를 괴롭힌다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다. 웃음은 남을 괴롭히거나 남이 바보 같아서 자신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 할 때 튀어나온다. 개그맨들이 티비에 나와서 바보 같은 말과 행동을 하는 이유다. 그들은 가만히 있으면 불안했고, 여러가지 불만이 튀어나왔다. 그러면 마음껏 괴롭혀도 되는 대상을 향해 스트레스를 푼다. 괴롭히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괴롭힐 때 언제나 낄낄거리는 웃음을 동반하는 이유다.
 “무슨 생각을 그리해?”
 그가 말했다. 미니쨩은 문득 성의 없이 하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좀 더 가깝게 달라 붙기 위해서 자세를 바꾸어 더욱 다가가 갔다. 입 안 끝까지 굵은 것이 찌르며 요동친다. 매끄럽고 냄새 난다. 눈 앞에 보이는 남자의 아랫배. 이 풍경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얼굴을 긁어 놨더라고.”
 미니쨩이 움찔했다. 입에서 자지를 떼었다.
 “하던 건 계속해.”
 그가 머리카락을 억세게 쥐어 잡아 당겼다. 얼굴을 준호의 아랫배에 다시 쳐 박았다.
 “재미있던데.”
 그가 말했다.
 “어차피 돈도 없고 멍청한 데다가, 예쁘지도 않고…… 미니쨩의 반절만 생겨도 이렇게 괴롭히는 맛이 있었을 텐데. 그런 애들이랑은 놀은 적 없어. 그냥 재롱 떠는 걸 본 것이지.”
 그가 미니쨩 머리칼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웃었다.
 “제대로 해. ……어쨌든, 같이 놀다 보면 진짜 한심해 보여, 누가 누굴 놀아주는 지도 모르고 재수 없게 구니까. 멍청해서 누가 갑이고 을인지 모른다니까? 잘 했어. 더 때려 더 때려.”
 어차피 도와주지도 않을 건데. 부추기기는. 미니쨩은 불쾌해 했다. 이 남자는 그랬다. 자기는 한 발짝 물러서서 세상 만사가 다 우습고 재미 없다는 듯이 시니컬하게 비웃는 것이다. 자신은 쓰레기가 아니라 세상의 주인인 듯 군다. 그래서 괴롭힌다.
 “미안.”
 미니쟝은 순간 자신이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뭐야? 빨던건 마저 빨어. 니가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준호가 말했다.
 “지겨워서. 재미도 없고 어차피 이제 여자친구도 사귀었으니까.”
 미니쨩이 놀라서 입을 떼었다.
 “여자친구?”
 미니쨩이 놀랐다. 그래도 자신 이외에 다른 여자랑 사귄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아 물론 자신과 사귄 적도 없었지만.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까지 하고 있는데 매일 그런 대접을 잡고 있는데. 물론 자기는 아무 존재도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뭐야 그 표정. 병신이야? 설마 진짜냐?”
 준호가 미니쨩의 표정을 살펴보다가 빵 터졌다.
 “! 왜 그래.”
 “너 진짜 나 좋아해?”
 그건 모르겠지만.
 “진짜 병신이잖아. 넌 자존심도 없냐? 닌 니 괴롭히는 남자한테 달라 붙고 싶냐? 병신이야? 와 기분 나쁘네. 그러니까 맨날 당하고 살지, 쫀심도 없고 줏대도 없고. 문제가 많네.”
 그가 그렇게 말하면서 키득대며 미니쨩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그가 미니쨩의 목구멍에 쌌다. 목젖을 건드리는 바람에 미니쨩은 구역질 나는 정액을 억지로 삼키려다가 기침과 함께 도로 뱉어냈다. 걸죽한 정액이 코를 가로 질러 숨이 막혔다. 역한 냄새가 콧속에서 요동쳐 마비된다. 미니쨩의 반짝이는 코 밑에서 콧물 같이 정액이 흘러 내린다.
 “,, 끄윽……웩… 웨엑…….”
 헛구역질을 계속 하면서 정액을 뱉어낸다. 뚝뚝 떨어진다. 입안에 갈데 없이 모여 있는 정액도 침과 함께 뒤섞여 흘러 내린다. 혀 끝에 모여서 방울이 되어 툭. 하고 질퍽한 소리를 낸다.
뭐야아, 코에서 정액 나와 더러워. 너 진짜 걸레 같아.”
 준호가 웃음이 터졌다. 미니쨩은 정액이 콧속을 막는 것이 답답해서 풀어내려고 했다. 끈끈한 정액 덕분에 숨이 거칠어 졌다. 하아, 하아 미니쨩이 답답해서 코를 부여 잡는다.
바닥에 흘린 건 닦아야겠지.”
 준호가 미니쨩에게 바닥에 떨어진 정액을 핥으라고 말했다. 그가 액이 있는 대로 흘러나와 질척해진 엉덩이를 걷어찼다. 밥 먹는 강아지 괴롭히듯이 미니쨩이 신음소리를 내면서 움찔했다. 이내 곧 머리를 쳐 박고 바닥의 먼지와 결합해 더러워진 정액 덩어리에 혀를 가져다 댄다. 역겨움에 도저히 못할 것 같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자니 준호가 도와주겠다며 머리를 밟았다. 뺨과 입술이 차가운 바닥에 뭉개진다. 더러운 정액이 얼굴에 힘껏 비벼진다. 바닥과 마찰해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정액이 흘러 들어간다.
, 직접 마실게요…….”
 분노로 속이 터져버릴 것 같다. 발로 무자비하게 짓이기는 것은 그만 두었지만 미니쨩이 헛구역질하며 정액을 혀로 닦아내는 내내 밟고 있었다.
재미있네, 정말 괴롭히는 맛이 있어서 아쉬울 정도다.”
 준호가 콜록이는 미니쨩의 머리칼을 잡아 올리며 웃었다.
정말이지, 미친 변태년…….”
 미니쨩은 머리 속이 뒤엉키는 느낌을 받았다. 왜 그렇게 말해,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어? 말하고 싶은데 말이 안 나오고 웅얼댄다. 속이 답답해서 머리가 아찔해서 목이 간지러워서. 신음 소리 같이 말을 웅얼거린다. ‘아……으……아, .” 벌레를 쳐다 보는 듯 웅얼거리는 미니쨩을 내려다 보는 그 눈빛에 속이 답답해서 터진다. 뭐 하나 제대로 표현 할 수 없다. 내성적이고 싶어서 내성적이 된 것이 아니다. 그냥 표현이 어려운 것이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왜 남들에게 자꾸만 자꾸만 괴롭혀지는 지도 모른다. 뭐가 문제인지 내가 정말 잘못한 것인지 괴롭히는 아이들이 정말로 잘 못한 것인지, 스스로가 혐오스럽기도 하고 모두가 혐오스럽다. 아무 것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짐승 같은 외침이 목 구멍에 갇혀서 메아리 친다.
 “, , 개……개새끼야!”
미니쨩이 소리쳤다. 말해버렸다. 말해버렸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미니쨩은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이 무섭다. 준호가 흠칫 놀랐다. 하지만 이후 아무런 말도 안 하는 듯 하다. 미니쨩이 정리가 되지 않는 말을 내뱉었다. 표현을 하지 않고 사는데 어떻게 화난 상태에서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 있는가, 불가능해서. 미니쨩은 울부짖으면서 아무 단어나 주워 섬겼다.
 “네가 그렇게 만들었잖아! 네가 날 마음가는대로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쓰레기야! 난 아무것도! 난 그냥 평범하게 친구들이랑 사귀고 그러고 살고 싶은데 왜! 나한테 대체 왜 그러냐고! ! 괴롭힘 받으니까 제대로 못해! 말을 못하겠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진짜 싫어 매일 죽고 싶다고, 그렇게 만든 게 누군데! 누군데! 누군데! 왜 나한테 지랄이야! 하지마! 하지 말라고! 하지마! 싫어! 싫다니까! 니가 그렇게 잘났어?”
 뺨을 후려 갈기는 소리가 방에 울렸다.
 “소리 칠 줄도 아네, 개년이 진짜…… 왜 그러긴 재미있어서 그렇지. 그래서 안 괴롭히겠다고 했잖아. , 씨펄, 시끄럽게 진짜.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준호가 뺨을 다시 후려 갈겼다. 울컥하고 치밀어 올라서 말랑한 뺨을 계속 연이어 후려 갈겼다. 화가 나서 그러는지 겁이 나서 그러는지 온몸에서 눈동자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미니쨩이 뺨이 탱탱 부어 올라서 떨림이 멈출 때까지 계속 때렸다. 그리고 기운이 쭉 빠졌을 때쯤 그는 미니쨩의 입을 사용해서 다시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어.’, ‘그렇게 바보 같이 구니까 당하지.’머릿속이 복잡하다. 이렇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바꾸라는 건지 모르겠다. 폭력은 나쁜데, 여기서 화를 내고 뒤집어 봐야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모르겠다. 미니쨩은 이성이 어두워진다. 한 번 화내면 두 번도 화 낼 수 있을 것 같다. 심장이 마구 뛴다.  심장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미니쨩이 이를 세우려는 찰나 준호가 재빨리 머리를 잡았다. 놀라서 세게 쥐어 버렸다. 손가락이 눈을 세게 찌르고 입안에 손가락이 들어간다. 미니쨩이 손가락을 세게 씹었다.
 “! 씨발년이!”
 당황해서 그가 주먹으로 미니쨩의 머리통을 후려 갈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머리가 흔들린다. 뒤로 나동그라진다. 어딘가에 머리를 박은 것 같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바닥을 더듬거리면서 일어 났다. 그가 천천히 걸어가서 다시 걷어찼다.
 “…….”
 “하지마!”
 다음 순간 코가 찡하다. 코피가 나는지 안 나는지 확인 할 틈새도 없이 발로 걷어찼다.
 “…….”
 “하지…….”
 준호는 어차피 이번 이후로는 건들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더욱 열이 받았다. 너덜너덜한 찐따를 갖고 노는 것도 적당히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오늘 뭔가 잘 못 쳐먹었는지 몇 번이나 개기려고 시도했던 미니쨩이 몇 대 맞는 것도 견디지 못했다. 그대로 배를 움켜 쥐고 방 구석에서 콩벌레마냥 웅크린다. 부들부들 떨고 있다. 준호는 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의 짜증이 솟구쳤다. 미니쨩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원인 모를 화가 치솟는 것이다.
 “하……그만 할까?
 미니쨩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굴하게 눈물 콧물 침 다 흘리면서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왜 그랬을까 왜 화를 냈을까. 정말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미니쨩의 머리는 분노에서 후회로 바뀌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미니쨩이 머리를 연신 박았다.
 “다시는……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시키지 않은 짓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준호는 또 화가 치솟는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찌질하고 병신 같을까? 준호는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리 없다.
 “병신…… 됐어. 옷 쳐 입고 나가. 연락 할 일 없을 테니까.”
 미니쨩은 허겁지겁 옷을 주워 입고 나갔다. 처음으로 제대로 개겨본 기억이 아직도 심장을 쥐어짜내고 있다.

정말로,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아이들이 실컷 갖고 놀은 사마귀는 끝끝내 죽지 않았다. 목이 길어져, 아니 목은 형체도 없고 목을 연결하는 신경과 내장이 내리친 돌에 잘 다져져 늘어나기만 한 그런 목을 단 사마귀는 머리를 이리저리 아주 느릿느릿 굴리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초록색 날개와 몸통은 머리와 다르게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 파르르 떨었다. 남자아이가 툭 하고 건들면 가끔 다리를 허공에 허우적대며 반응했다. 목이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불명확했다. 머리를 단숨에 끊어버려도 왠지 그렇게 움직일 듯 하다. 아이들은 죽어가는 사마귀를 열심히 찔러대었다. 물도 끼얹어보고 플라스틱 책받침을 세워서 칼처럼 쓱쓱 마찰하기도 해봤다.
 “당장 버리세요.”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자, 남자아이는 사마귀였던 것을 잡고 들고 나가 화단에 버렸다. 아이들은 한바탕 즐겼고, 사마귀는 빠르게 잊혀졌다. 아이들은 몰랐겠지만, 완전히 파괴된 사마귀는 어느 작은 풀 밑에서 남은 시간 내내 고통 속에서 머리를 이리 저리 굴리다 죽었다. 개미만이 시체에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미니쨩이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후로 누구도 미니쨩을 건들지 않았다. 없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미니쨩과 교류하는 사람은 없었다. 바보취급을 하고 있든 때리고 싶든 괴롭히고 싶든, 겉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졌다. 친구도 없다. 원래 없었지만, 앞으로도 사귀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누군가를 사귀는 것이 무서워져서 계속 외로워하기로 했다. 자신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못하는 사람이라서 어설피 사귀려 들다가 바보취급을 당해서 악화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친해지고 싶을수록 사이가 나빠진다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제일 편했다. 싫어도 별 수 없다.
 당연히, 자기가 좋다고 하는 사람과도 사귀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도 미니쨩이라고 부르지 않았다.